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자기 몸에 스스로 뱀독을 주입해온 남성에게 뱀독 항체 35종이 발견됐다.

최근 유럽 과학전문매체 '사이언스노르딕'은 스스로 뱀독을 주입하며 항체 실험을 해온 남성을 소개했다.

남성은 스티브 러드윈(Steve Ludwin)이라는 펑크록 가수로 올해 49세인 그는 지난 25년간 온갖 뱀독을 몸에 주입하며 살아왔다.
 

어렸 시절부터 유달리 뱀을 좋아했던 스티브는 9살 때 플로리다의 한 동물원에 놀러갔다가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다.

뱀독을 몸에 주입해 항체를 만드는 사람을 동물원에서 만난 것이다.

그 광경을 목격한 스티브는 자신도 뱀독에 면역을 갖고 싶었다.

이후 성인이 된 그는 동물원이나 대학교에 파충류를 공급하는 회사에 취업했다. 

덕분에 자신이 좋아하는 뱀을 가까이서 실컷 볼 수 있었던 그는 독사를 집에 가져가기 시작하며 뱀독을 자신의 몸에 주사했다.
 

전문가의 조언도 구하지 않은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그는 목숨을 잃지 않았다.

처음엔 뱀독을 물에 희석해 주사하던 그는 점점 독 농도를 높였다.

또한 그가 뱀독을 주사하기 위해 집에 키우는 뱀만 해도 17마리나 된다.

스티브의 소문은 미국을 넘어 세계 각지로 퍼져갔고 그에 호기심을 갖는 사람들이 생겼다.
 

뱀독 권위자인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의 브라이언 로제 박사는 2015년 직접 스티브를 학교로 초청해 그의 혈액을 채취했다.

이때 로제 박사는 스티브의 혈액 속에 항체를 분비하는 B세포가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때문에 로제 박사는 스티비의 골수까지 따로 채취하고 DNA 및 RNA 분리에 나섰다.

이후 2년에 걸친 연구 결과 35종이 넘는 뱀독의 항체가 스티브의 몸에 축적되있는 것을 알아냈고 로제 박사는 '스티브 라이브러리'를 완성했다.

로제 박사는 "뱀독의 항체는 말의 혈청을 이용하지만 거부반응이 많이 일어나 사망사고가 나곤 한다"며 "스티브처럼 인체를 이용해 만들어진 항체는 부작용이 극히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티브의 무모한 도전 덕분에 굉장히 귀중한 연구 자료를 얻었지만 스티브를 따라하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스티브가 계속 살아있는 것도 기적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