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의 버릇이 오히려 재혼한 남편을 도왔다.

제주지법 형사3단독 재판부는 20일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된 고유정의 재혼한 남편 38세 B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고유정과 B씨의 치열한 주장이 맞섰지만 재판부는 여러 정황을 검토한 결과 B씨의 말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고유정은 제주도에서 경악할 만한 살인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다. 지난 2019년 전 남편인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렸고 의붓아들마저 질식사로 살해한 혐의까지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이로 인해 고유정은 법정에 서 전남편 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지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고유정은 B씨와 법정 싸움에 들어가기도 했다. 재혼한 남편 B씨는 아들을 잃고 고유정을 고소했고 고유정은 오히려 명에훼손과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B씨를 고소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의견은 완전히 엇갈려 있었다.

고유정은 당시 고소를 하면서 B씨로부터 잦은 폭력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공소 사실에 따르면 B씨는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고유정을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물론 B씨는 폭행에 대해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었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먼저 폭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라면서 "폭행으로 볼 만한 행위가 있었다면 고유정의 자해 행위 등 이상행동을 막기 위해 방어하는 과정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이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의 설명에 따르면 고유정의 주장 중 B씨가 아령으로 문을 부순 사실은 인정됐다. 하지만 이후 폭행으로 이어지지 않은 정황을 봤을 때 고유정의 자해 행위를 막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B씨의 주장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고유정이 의붓아들 살인 의혹에 대한 대질 조사 이후 뒤늦게 재혼 남편을 고소한 것도 법원은 의심스럽게 봤다. 재판부는 "자신이 의붓아들 살해범으로 의심받게 되자 복수감정 때문에 고소했을 동기도 있다"라면서 "이번 사건은 검찰 측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결정적인 것은 고유정의 버릇이었다. 평소 고유정은 몸에 상처 등을 입으면 사진을 찍는 습관을 가졌다고. 하지만 재혼 남편이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한 점에 비해 사진이 없다는 것을 재판부는 중요하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