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가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가운데, 영화에 대한 다양한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 최초 우주SF'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이 영화는 말 그대로 한국에서 나온 최초의 우주 배경 영화다. 약 25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극장 개봉이 아닌 OTT 서비스 넷플릭스에서의 공개를 택했고, 190개 국가 2억400만명 구독자들에게 선보였다. 공개 첫날 '승리호'는 16개국 넷플릭스에서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승리호'는 지난해 개봉 예정작 중에서도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 중 하나다. 2012년 '늑대소년'으로 7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던 조성희 감독의 신작일 뿐 아니라 톱스타 송중기와 김태리가 주연을 맡았고, 한국에서 최초로 제작된 우주 배경 SF 영화라는 특별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2092년을 배경으로 병든 지구를 떠난 사람들이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 UTS를 만들고, UTS 밖에서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승리호 선원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공개 일주일이 지난 현재 '승리호'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2.1만명 정도가 참여한 영화추천서비스 왓챠피디아 별점 평균은 10일 기준 5점 만점에 2.9점이며, 2104명이 참여한 네이버 네티즌 평점은 10점 만점에 7.62점이다. 평균 이상의 점수지만, 영화를 향해 쏠렸던 기대에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이기도 하다. 특히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전문가와 일반 관객을 막론하고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왓챠피디아의 코멘트 란에서 누리꾼들은 '승리호'의 완성도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왓챠피디아 뿐 아니라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신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일종인 클럽하우스에서는 영화 평론가들이 '승리호'를 두고 '찬반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승리호'에 대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영화의 제작 소식이 들려온 이래 가장 많은 우려를 샀던 시각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다. 대부분의 관객은 영화의 기술적 성취에 대해 호평을 내린다. 할리우드에 비해 적은 예산이 들어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승리호'는 우주라는 배경을 그럴듯하게 구현해 냈다. 대부분의 호평은 이 같은 기술적 성취에 기반한 것들이다.
영화에 대한 나머지 반응은 '스토리'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승리호'는 우주 쓰레기를 팔아 돈을 버는 우주선 선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들은 우연히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하고, 그를 거액의 돈과 맞바꾸기 위해 위험한 거래에 나서게 된다. 스토리에 아쉬움을 표하는 관객들은 대부분 기존 한국 상업 영화의 이야기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신파 요소를 지적한다. 딸을 잃어버린 과거가 있는 남성이 어른들의 욕망으로 인해 위험에 빠진 순수한 어린아이를 구하는 이야기는 새로움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뻔하고 클리셰적인 설정으로 여겨졌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이런 스페이스오페라가 나왔다는 점을 높이 사는 쪽도 있는 것 같고, 기존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진부한 이야기에 아쉬움을 표하는 쪽도 있는 것 같다"며 "'이 정도면 괜찮다'는 평가를 내릴 때, '이 정도'에 대한 차이가 상대적이다, 누군가는 한국 상업 영화의 기준에서 '이 정도'를 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SF 영화'의 기준에서 '이 정도'를 가늠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뉴스1에 의견을 밝혔다.
연출자인 조성희 감독은 최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스토리에 관해서 어느 정도 낯설게 할 것인지 낯설게 봐줄 것인지 많은 토론과 논의들이 있었다, 사실은 이 영화가 멀리 나가지 않기를 바랐던 것 같다"며 "설정이라든지, 인물, 언어 같은 것들이 자칫하면 낯설게 보일 위험도 있었는데, 이 영화가 가족들이 신나게 재밌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이것이 어느 정도까지 멀리 갈 것인가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한 정도를 많이 벗어나면 낯섦의 정도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진국에서 만든 SF, 미국에서 만든 영화들은 정말 실험도 많이 하고, 참신하고 미학적으로도 가장 앞서간 작품들을 많이 있다"며 "그렇지만 '승리호'는 돌이켜보면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진] 승리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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