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앞으로 다가온 도쿄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금지'를 권고하면서 올림픽에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 내부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강행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24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유행과 관련해 일본에 대한 여행경보를 상향 조치했다. 미국민에 대한 미 국무부의 여행경보는 1~4단계로 나뉘는데, 여행금지는 가장 높은 4단계에 속한다.

미국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일본에 대해 3단계인 '여행재고' 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5000명대를 기록하자 단계를 높인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여행자라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우려 등이 있으므로 일본 여행을 피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여행금지 권고안에 강제성은 없어, 일본 방문이 원천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을 드나드는 데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규제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의 이런 조치가 유럽 등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실제 NHK 등 일본 주요 언론은 여행경보 상향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24일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는 2712명을 기록했다. 누적 확진자는 72만여명에 달한다.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가 4000명대로 치솟자 일본 정부는 3번째 긴급사태를 발효했다. 그럼에도 위기감이 사라지지 않자 5월 말까지인 긴급사태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이와 별개로 일본 정부의 올림픽 강행 의지는 굳건하다. 미 국무부의 여행경보 상향에도 일본 정부는 25일 "올림픽 개최와는 무관하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역시 올림픽 개최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회를 강행할 경우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NHK는 24일 일본 도쿄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 올림픽 기간 응원 등으로 인파가 10% 늘어날 경우 오는 9월 초 도쿄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024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예상되는 확진자 617명의 3.3배에 달하는 수치다.

연구팀은 긴급사태가 내달 중순까지 연장돼 하루 60만명 씩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했다. 또한 선수와 관계자 등 입국자 10만5000명 중 절반이 백신 접종을 마친 것으로 가정했을 때 결과치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이번 연구가 감염력이 매우 높은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은 제외하고 이뤄졌다.

최근 아시아발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사태가 이어지면서 도쿄 올림픽을 강행하는 것이 맞냐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최근 코로나19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극복은 긴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높은 백신 접종률에 따라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과 달리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확산세를 우려한 것이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는 5월 초순 이후 전 세계에서 기록된 신규 감염 중 60% 이상이 아시아 국가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가장 많은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인도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24일 기준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가 3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치사율이 50%에 달하는 치명적인 곰팡이균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인디아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털곰팡이증(모균증)에 감염된 사례는 8800건을 넘어섰다. 이로 인한 사망자도 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실제 감염자와 사망자 수는 정부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2만여명 수준이다. 수도 뉴델리 등 전국에 내려진 봉쇄 조치에 따라 이달 초 41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품 부족은 최대 난제다.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늘면서 병상과 의약품이 부족한데 곰팡이균 치료제 역시 구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그간 코로나19 청정지대로 분류된 대만도 5월 둘째 주부터 시작된 광범위한 지역 감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7일 이후 대만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300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확진자 수가 연일 급증하면서 극장과 도서관, 레크리에이션 센터들이 폐쇄됐다. 공립학교들은 최소 이달 말까지 휴교를 이어간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국무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한 차례 올림픽이 연기된 상황에서 이제는 개최할 준비가 됐다고 자국 국민과 국제사회를 납득시키려 애쓰는 나라에 새로운 타격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진] 픽사베이,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