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도입 지연에 따라 일시적으로 위탁의료기관이 보건소에서 백신을 수령하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백신 배송 업무를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네병원에 코로나 백신 배송까지 떠넘기다니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소아청소년과 의사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현재 동네병원 의원 코로나 접종이 시작됐다"며 "접종 지침이 까다로워 여러모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 와중에 첫 번째 백신 배송이 콜드 체인 업체와 군인 대동 하에 배송됐다"면서 "온도가 올라가면 폐기해야 하므로 즉시 백신 냉장고에 넣어서 온도 유지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주 백신은 보건소로 직접 가지러 오라고 하더라"라면서 "동네 병원이 콜드 체인 업체도 아니고 아이스박스로 이 더위에 4도에서 8도로 유지가 잘 되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같은 건물에 다른 병원들은 10바이알이 넘어서 배송해주지만 그 미만이면 아이스백 들고 가지러 오라는 것"이라며 "같은 건물에 있으면 같이 배송해주는 게 맞지 않냐"고 반문했다.

또 그는 "10바이알은 군인이 지켜야 하고, 9바이알은 분실해도 되는 거냐"면서 "아침 진료도 못하고 한 시간 넘는 보건소를 가는 내내 온도 유지가 안 될까 봐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청원인은 "보건소에서 해야 할 중요한 업무를 개인에게 위임하고 하물며 제대로 된 운송 동선도 안 짜서 매주 동네병원에 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와 관련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일 "코로나19 백신은 콜드 체인을 유지하면서 접종 기관까지 직접 배송하고 있다"며 "다만 지난주 모더나 백신 도입 지연으로 백신 접종 시행일에 맞춰 백신을 신속하게 배송할 필요가 있어 일시적으로 위탁의료기관이 보건소에서 백신을 수령하도록 안내했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이는 일시적인 조치로, 앞으로는 위탁의료기관까지 콜드체인을 유지해서 배송할 예정"이라며 "다만 백신 유통 중 위탁의료기관의 사정으로 휴가나 휴원, 정전 등으로 백신 수령이 어려울 경우에 한해 보건소를 통한 방문 수령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픽사베이, 방송 캡처